사순절과 사계재를 겹쳐 지내며 금요일에 우리는 수도자와 성직후보자의 성소를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주낙현 요셉 신부 (성공회 영등포 성당)

전례독서: 사무상 3:1-10 | 에페 4:11-16 | 마태 9:35-38

사순절과 사계재를 겹쳐 지내며 금요일에 우리는 수도자와 성직후보자의 성소를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내일 토요일은 모든 신자가 받은 부르심을 되새기며 서로 기도합니다. 오늘 특별히 한국 성공회의 세 수도회의 수도자들을 기억합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의 사목과 선교를 간명하게 요약합니다. 주님은 이 세상에 오셔서 가르치시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힘없는 이들을 일으키시며 병든 사람들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가르침을 거부하는 세태, 세상의 목적에만 붙들려 사는 처지, 그리고 연약한 이들을 무시하는 현실을 거슬러 올라가시는 모험입니다.

이 일을 함께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국 성공회는 이러한 초대에 응답한 이들의 수고와 땀으로 세워졌습니다. 130여 년 전 존 코프 주교님과 몇몇 선교사 성직자들이 한국에 온 뒤, 곧바로 영국 런던에는 한국 선교를 위한 성직자 수도회가 따로 설립되었습니다(1893년). 거룩한 선교 수도회(Society of the Sacred Mission)입니다. 몇 년 뒤, 이 수도회는 한국뿐만 아니라, 그들 보기에 가장 먼 곳에 성직자를 파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후로 일본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와 같은 극지 선교가 펼쳐졌습니다.

이후에 한국에는 성가수도회(Society of the Holy Cross)가 설립되었습니다(1925년). 성가수도회는 어떤 점에서 앞선 선교수도회의 모범을 따라, 교회의 사목을 담당하는 수도회로 선교 소임을 담당하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프란시스 남성 수도회와 여성 수도회가 각각 출발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수도의 소명을 받들어 헌신하신 분들과 여전히 애쓰시는 수녀님들과 수사님들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오늘 구약 독서도 소명과 응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당시로서는 제사장은 세습이 일반적이었으나, 그런 일에 전환이 일어납니다. 제사장 엘리는 눈도 귀도 연약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자기 아들들을 제사장으로 키워내지 못한 책임을 상징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무엘을 부르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나중에야 알아차리고는 마지막 힘을 다하여 사무엘의 식별을 돕습니다. 노약한 엘리는 자신의 실패를 두고 체념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소명을 되새겨 작으나마 최선을 다합니다.

신앙의 습관은 세습되기도 하지만, 신앙 자체는 그렇지 않습니다. 신앙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입니다. ‘모태신앙’이라는 말을 오해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시작과 끝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드러내는 말입니다. 신앙은 누구라도 새롭게 배우고 경험하고 헌신할 때 자라나고 깊어집니다. 이런 과정이 부족한 채로 세습된 관습이 얼마나 종교와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깊이 새기고 헤아려야 합니다.

신앙은 언제나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이에 응답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선물이 있습니다. 그 선물을 서로 저울질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감사하며 그대로 기뻐하고 축하할 일입니다. 신앙생활을 바로 하고 있는지 식별하는 기준입니다. 관습의 신앙인지, 부르심에 응답하는 신앙인지 살피는 잣대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이루는 일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다른 사람의 선물이 함께 만나 공동의 선을 이룰 일입니다. 그 일이 기쁘면 신앙이고,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관습 안에서 자신을 내세우는 교만입니다.

참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주님의 몸을 섬기며 헌신하는 이들, 특히 수도자들을 기억합니다. 그들의 신앙과 헌신을 되새기며, 이 성당을 주님의 몸인 교회로 키워온 여러분을 생각합니다. 부르심과 선물 자체에 충실하여 겸손하게 인내하며, 자신을 몰래 바치고 있는 여러분입니다. 그 신앙과 삶이 참으로 복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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